이건용은 서구 미술이 유입되기 시작하던 1960년대, 국제적인 미술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예술을 전개해 나간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다.
그간 이건용은 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 실험미술 작가로만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개인전 《LEE KUN-YONG 이건용 : BODYSCAPE》를 개최하고,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1 등 아트페어에서 미술 시장을 달구며 회화 분야에서도 다시금 블루칩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건용의 예술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체다.
작가가 자신의 <신체 드로잉> 작업을 현신(現身)이라는 단어로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미술비평가인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 1941~)는 신체를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하며 가려져야 할 대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존적 위기 속에서 신체는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강박적인 신체를 드로잉으로 표현한 이건용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의 현존하는 삶을 꺼내 보인다. 평면에 선을 긋는 행위로써 신체에 흔적을 남기고 또 지워내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예술을 삶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