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민 작가는 어디라고 콕 찍어내기 어려운 ‘공간’을 과장없이 간결하게 표현해 왔다. 목탄을 입은 흑백 색조로 무장한 건물, 나무 숲에 작은 포인트를 박아내는 기법이 눈에 띄는데, 그것이 때론 집이나 사다리, 때론 비행기나 케이블카가 되어 왔다. 강조할 대상을 되레 축소해 들여 안타까움을 자극하는 이 장치를 두고 작가는 ‘헨젤가 그레텔이 빵조각’이라고도 했다. 길을 잃지 않으려는 흔적, 자신의 공간에 그런 흔적을 남기려 했다고 한다.
작가가 늘 만나는 일상이지만 문득 그리운 느낌이나 그 순간의 장면과 일들을 기억하도록 노력한다. 그 순간 들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그의 작품은 시작된다. 캔버스에 그가 좋아하는 목탄 가루를 아크릴과 희석해서 바른다. 오톨도톨한 화면이 어릴 적 놀던 운동장 모래를 떠올리게 한다. 목탄을 긁어내면서 생기는 스크래치 자국이 더 오랜 시간 속으로 빨려 드는 것 같아 즐거워한다. 그에게 그리운 시간들을 캔버스에 기록하는 일은 끝나지 않는 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ARTWORK
심봉민, 언덕 위의 숨바꼭>,
Charcoal, Acrylic on Canvas, 60.6X72.7cm, 2021
심봉민, 언덕 위의 숨바꼭>,Charcoal, Acrylic on Canvas, 60.6X72.7cm, 2021
심봉민, 호수에서 올려다 본 하늘,
Charcoal, Acrylic on Canvas, 72.7X60.6cm, 2021
심봉민, 호수에서 올려다 본 하늘,Charcoal, Acrylic on Canvas, 72.7X60.6cm, 2021
심봉민, 쌓지 못한 눈덩이,
Charcoal, Acrylic on Canvas, 72.7X91cm, 2022
심봉민, 쌓지 못한 눈덩이,Charcoal, Acrylic on Canvas, 72.7X91cm,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