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본다, 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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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리, 그의 음악

소리를 본다, 2002 최소리


- 임진모, 음악평론가

타악 전문연주자인 최소리는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 그 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보여 주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에는 그들만의 특유한 소리가 있다'는 사고 아래 두드리면서 그 음색들과의 접촉을 꾀하고자 한다. 모든 것을 두들긴다. 심지어 기타도 치지 않고 옆으로 뉜 모양으로 만들어 두들긴다.


그는 이 일을 '두들림'이라고 한다. 본인 말에 따르면 단순히 두들기는 것이 아니라 두들겨서 세상의 무한한 소리를 불러내 풀어 주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두들기는 것은 소리를 내는 것인데, 그에게 '소리를 부르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최소리는 이 작업을 위해 1990년대 초반 잘 나가는 헤비메탈 그룹 '백두산'의 드러머를 때려 치웠고, 무수한 악기를 들고 산 속을 전전하며 소리를 탐구해 왔다. 여러모로 기인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인물이다. 이미 1997년 '두들림 1'과 이듬해 '두들림 2', '오월의 꽃'이란 제목의 앨범들을 발표한 바가 있고 국내에선 이름이 생소한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나름의 지명도를 구축했다.


그가 막 3장 짜리 회심작을 가지고 돌아왔다. 앨범은 각 장마다 '어울림', '울림', '다스림'이란 주제를 내걸고 있다. '어울림'은 동서양 소리의 만남과 조화를 시도한 것이며, '울림'은 한국 전통악기와 특수 제작한 소리금 등으로 전통의 소리를 울려 댄다. '다스림'은 판소리와 사물놀이를 통해 더 깊숙히 전통으로 들어간다.


'어울림'편의 첫 곡 '격외선당' 하나로 그의 타악세계를 음미하기에 충분하다. 창과 성악이 결합된 곡으로 한국의 적절한 아름다움에 서양의 세련미가 얹혀져 있다. 물론 중심은 우리의 소리다. 정작 우리 것이면서도 대중의 중심에 서 있지 못한 우리 전통 음이 최소리와 함께 모처럼 신명과 한(恨)의 정서를 회복한다. 말하자면 타악으로 전하는 '대~한민국'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연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연주 테크닉과 공식이 아니라 감(感)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인다. 감으로, 정으로, 악기를 두들기며 내달린다. 따라서 감상자에게 '그가 얼마나 연주를 잘 했나'는 중요치 않으며, '그가 무엇을 표현하고 있나'의 접근법이 요구된다. 


작가 이외수는 최소리의 연주를 듣고 나서 "그는 손가락 사이마다 다른 북채를 끼고 한꺼번에 여덟 가지 소리를 연출해 낸다. 그러나 그 여덟 가지 소리들은 점진적으로 팔만 팔천 가지의 소리들로 조합되어 삼라만상을 현란하게 채색한다"며 "그 소리는 우주만물의 영혼을 일깨우거나 잠재운다"고 썼다.


최소리는 한국음악을 해외에 알리려는 취지로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 실제로 앨범도 한정본으로 제작했다. 결코 상업성에 좌지우지 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다. 그리하여 그의 앨범은 너무도 일정한 패턴에 젖어 있고, 서구 일변도로 흐르는 음악풍토를 은근히 꾸짖는다. 이를테면 상술이 아닌 예술 회복 선언이다.


숨겨진 의미망을 떠나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으로 맞을 수 있으며, 들으면서도 절로 눈을 감게 되는 그런 음악이다. 그러면 소리가 들릴 뿐 아니라 보인다. 그의 치열한 자세도 보인다.


2002. 07.  임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