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리, 그의 음악

소설가 이외수 님이 본 두드림, 최소리

-2001. 09.

삼 년 전에 재능이 탁월하고 용모가 수려한 음악인 하나가 어떤 지인과 함께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최소리 라는 이름을 가진 타악기 주자 였습니다. 저는 그 때까지 한 번도 그의 연주를 접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이름조차도 생경한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우리 집 응접실에서 한 작품만이라도 연주를 해 주실 수 없느냐고 간정해 보았습니다. 그 때 우리 집에는 평소처럼 몇 분의 내방객들이 동석하고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연주자들은 아무 장소에서나 함부로 연주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의 간청은 분명 그에게는 크게 결례가 되는 치기와 만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소리의 정체를 위해 장기간의 산중 수행을 거치고 우리 집을 방문한 터였습니다.


그는 음악적 깊이를 고양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자기 절제와 수도자적인 금욕 생활을 영위하면서 살아온 예술가였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들이 만든 북을 삼백 여 종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가급적이면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탁기의 북은 사용하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육식도 하지 않습니다. 술도 마시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행동이나 음식은 일체 배제해 버립니다. 모두 소리의 정체를 위한 생활 습관이지요. 당연히 잡다한 불편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놀랍게도 그는 제 간청을 흔쾌히 수락해 주었습니다. 한 미천한 소설가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그의 겸손과 예절에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이어 우리 집 응접실에 지극히 즉흥적이고 원시적인 무대가 급조되었습니다. 그리고 신묘한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아, 그 때의 감동을 여러분께 그대로 전달할 재능이 없음을 저는 몹시 안타갑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손가락 사이마다 다른 북채를 끼고 한꺼번에 여덟 가지의 소리를 연출해 냅니다. 그러나 그 여덟 가지의 소리들은 점진적으로 팔만 팔천 가지의 소리들로 조합되어 삼라만상을 현란하게 채색합니다. 심지어 그는 기타까지도 북채로 두드리는 주법을 사용합니다. 그야말로 자유자재 변화무쌍이지요. 그는 우리 집 응접실에 급조된 최악의 무대에서 무려 삼십 여분 동안 우주만물들의 영혼을 일깨우거나 잠재우면서 동석자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아 가고 있었습니다.


때로 우주만물들은 음악에 의해 물질적 요소들이 해체되거나 용해되어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아니며 아무나 조우할 수 있는 인연도 아닙니다.


세상은 부패 속에 방치되어 있고 인간은 절망 속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리의 두들림은 틀림없이 여러분을 찬란한 빛의 폭포 속으로 인도하리라 확신합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육체와 정신이 투명하게 세정되어 일체가 충만한 생명력을 획득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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